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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

@suomawary

전생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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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학원 au

 

매년 5월만 되면 이상하게 머리가 지끈거리고 일상생활도 힘들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가끔 앞이 흐릿하게 보일 때도 있고, 명치께가 바늘이 쿡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만,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이랬던 거라는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어머니는 5월만 되면 나를 끌어안고 병원으로 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가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하니, 어머니의 속은 점점 타들어 가는 게 느껴졌다. 고작 진통제 몇 알을 처방받는 게 전부였고, 이럴 바에는 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파도 아픈 내색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되는 해부터 증상이 조금 더 심해졌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 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같은 교무실을 쓰고 있던 다른 교사들이나 교무실에 온 학생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게 느껴졌다. 출석부로 어깨를 툭툭 치며 들어오던 우즈이는 나를 보더니 파티션에 팔을 걸치고 어이, 렌고쿠. 하며 나를 불렀다.

“렌고쿠, 어디 안 좋아? 화려한 얼굴이 수수해졌구만.”

“괜찮네!”

전혀 안 괜찮은 얼굴로 괜찮다고 하면 누가 믿나. 우즈이는 손을 뻗어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은 없는데, 이상하네. 하더니 애들 자습시킬 테니까, 쉬고 있어. 하고는 수업 종이 울리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요모야,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부 자습만 시켜야 할 텐데….

찬물로 세수라도 하고 약이라도 받아서 먹으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 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도 멀었나. 머리를 꾹꾹 누르며 어떻게 화장실까지 도착하기는 했다. 어질어질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왜 5월만 되면 이런 일이 생길까. 세면대에 손을 올리고 숨을 푹 내쉬었다. 찬물을 틀어 손에 물을 가득 담고 얼굴에 끼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푸는 것처럼 머리가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답답하다.

 

물에 젖은 얼굴을 대충 손으로 닦아내고 머리에 묻은 물기도 탈탈 털었다. 비틀거리며 화장실 밖으로 나와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는 것도 힘들었다. 다섯 칸 내려갔다가 쉬고, 다시 다섯 칸 내려갔다가 쉬고. 평소라면 일 분도 안 걸렸을 테지만, 평소와 같이 내려간다면 분명 휘청거리다 넘어졌을 게 분명하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리를 움직였다. 그때, 누가 내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몸에 힘이 빠졌다.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며 봤던 풍경은 아니었지만, 가끔 내 기억이 아닌 다른 기억이 겹쳐 보일 때 봤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항상 내 어머니와 닮은 분이 있었고, 나와 똑같이 생긴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날과 다른 게 있다면, 오늘은 그들의 대화 소리까지 들린다는 거였다.

“쿄쥬로….”

목소리가 너무 작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변하며 이내 깜깜한 어둠이 드리워졌다.

이번에는 내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을 한 남자가 보였고, 그곳에는 나를 닮은 아이와 센쥬로를 닮은 아이가 보였다. 내 전생의 기억이 보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목검을 들고 휘두르는 모습. 어깨를 쥐고 자세를 다시 잡아 주는 듯한 몸짓이었다. 다시 시야가 뿌옇게 변하고 눈을 가린 듯한 어둠이 깔렸다.

시야가 트였다. 모든 가족이 모인 모습이 보였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를 꺼내 선물로 줬다. 그 안에는 칼이 들어있었다. 그 칼에는 불꽃 모양을 연상시키는 날밑이 있었다.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쿄쥬로, 그 검은 누군가를 해치기 위함이 아닌, 쿄쥬로 자신을 지키며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사용해야 합니다.”

“루카 당신을 닮아 강인하고 정의로운 아이이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괜한 걱정이었나요? 하지만 어미로서 꼭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답니다. 쿄쥬로, 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쿄쥬로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생일 축하한다, 쿄쥬로.”

그 말을 끝으로 눈이 떠졌다. 여긴 어디지. 몸을 일으키는 게 힘들었지만, 두통은 사라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는지 밖에 있던 양호 선생님이 왔다.

“렌고쿠 선생님, 대체 어쩌다 쓰러지신 거예요? 계단 밑에 넘어진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아, 그게….”

“지금은 좀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몸이 좀 가벼워진 것 같네요.”

“그럼 다행이에요. 혹시 모르니까 약도 조금 챙겨 드릴게요. 가지고 가세요.”

웃으며 약을 받고 양호실 밖으로 나왔다. 얼마나 잔 건지 이미 시간은 모든 수업이 다 끝날 때가 되었다. 교무실로 올라가니 모니터를 보고 있던 우즈이와 시나즈가와의 고개가 들리고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렌고쿠, 몸은 좀 괜찮냐?”

“지금은 괜찮네! 잠이 부족했던 것 같군.”

“괜찮다니 다행이네. 렌고쿠, 저녁 먹고 들어가자. 오늘 네 생일이잖아.”

“음! 미안하지만 집에 동생이 기다리고 있네. 저녁은 다음에 먹도록 하지.”

나는 급하게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센쥬로는 이미 학교가 끝나 집에 와 있을 시간이었다. 오늘은 일찍 가기로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지. 지끈거리는 게 없어지니 집까지 가는 몸이 가벼웠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현관에는 가지런히 놓인 센쥬로의 신발이 보였다.

“형님,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하하, 그래. 오늘은 일찍 오겠다고 약속했으니 말이다.”

“얼른 들어오세요!”

센쥬로는 내 손목을 붙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초에 불을 붙였는지, 촛농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촛농이 새하얀 생크림 위에 떨어지자 센쥬로는 안절부절못하며 나를 쳐다봤다.

“형님, 얼른 소원 빌고 촛불 끄셔야죠!”

나는 센쥬로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눈을 감았다 떴다. 촛불을 후, 불자 불이 꺼지고 연기만 피어올랐다.

“형님, 생일 축하드려요!”

“고맙구나, 센쥬로!”

자리에 앉아 케이크를 조각으로 잘라 센쥬로의 접시 위에 올려 줬다. 단것이 그렇게 맛있는지 눈까지 접어가며 먹고 있었다.

“형님, 형님은 무슨 소원 비셨어요?”

“원래 소원이라는 건 입 밖으로 말하는 순간 사라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게 있었나요?!”

정말 몰랐다는 듯 놀란 눈을 하는 센쥬로를 보고 픽 웃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지낼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나와 내 동생 센쥬로가 언제나 행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소원인 것 같지만,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미래이자 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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