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아, 우리 담임 선생님 생신 파티 준비하는 게 어때?"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든 렌고쿠 생일파티의 시작은 반장인 탄지로가 던진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5월에는 스승의 날도 있고 선생님의 생신도 있으니 신경 써서 파티처럼 준비해보자는 꽤 재미있는 제안이었다. 역사 선생님인 렌고쿠 쿄쥬로는 특유의 씩씩하고 활기찬 에너지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생님으로 반 아이들은 내심 담임 선생님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반응에 탄지로는 자기가 단톡방을 새로 팔 테니 거기서 파티 준비 계획을 짜자고 말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반은 들뜬 분위기로 가득 찼다.
눈치가 빠른 렌고쿠 선생님이 모르도록 교실 밖에서 준비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간의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탄지로는 미술 선생님에게 미술실을 빌려달라고 도움을 청하러 갔다. 우즈이는 탄지로의 그림 실력이 꽝이라며 좀 더 화려하게 질러보라고 티격태격하다가 친해졌기에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는 워낙 성정이 화끈하고 쿨한 편이라 미술실을 빌려 쓰면서 반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즈이가 자꾸만 '더 화려하게!'를 외치며 아이들을 잡아대기는 했지만 덕분에 편지도 선생님께 드릴 선물들도 근사하게 완성되어갔다.
요새 사네미 선생님은 수학 보충을 빼달라는 렌고쿠반 학생들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렌고쿠의 생일파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겨우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며 사정하는 아이들에게 '그러면 방학하고 나서 일주일 보충을 더 나오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기뻐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허락해주지 않으려고 협박처럼 한 말이었는데 좋다고 웃으며 연신 고개를 숙여대며 감사하다고 하니 무를 수도 없게 되었다.
"사네미 선생님도 파티할 때 꼭 와주세요!"
아이들은 불퉁한 얼굴을 한 사네미 선생님이 무섭지도 않은지 해맑게 웃으며 돌아갔다. 씨근덕대는 사네미 선생님의 뒤로 카나에 선생님이 낭랑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어라어라~ 파티에 초대되고 부럽네요~"
"...같이 가던가."
"에~~? 그럼 파티 파트너인가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서 갑작스럽게 훅 들어오는 카나에 선생님에게 사네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래도 붉어진 귀는 가려지지 않아 카나에 선생님은 역시 귀엽다고 생각하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도움으로(?) 파티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었고 금세 렌고쿠 선생님의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은 다른 선생님들에게 파티 시간과 장소가 적힌 귀여운 초대장을 건넸다. 기유 선생님은 초대장을 받고도 멀뚱멀뚱 아이들을 쳐다만 보고 있어서 오기 싫으신 것 같다는 오해를 샀다.(속으로는 매우 감동하여 아이스크림이라도 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기유였다) 반면에 상냥하고 인맥이 넓은 카나에 선생님이 '렌고쿠 선생님이랑 친한 졸업생들도 불러줄까?' 하고 말해줘서 손님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손님들을 위해 준비할 것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동네 최고의 빵집 아들인 탄지로가 있어 걱정이 없었다. 탄지로는 빵 굽는 솜씨가 기가 막혀서 탄지로네 빵들은 멀리서 사러 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탄지로는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오겠다고 말하며 파티음식은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책임감이 강한 아이여서 모두 생일파티 빵들을 기대하게 되었다.
우즈이는 며칠동안 탄지로가 가져오는 케이크 스케치를 봐줬다. 우즈이는 미적 감각은 뛰어났으나 케이크를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계속 탄지로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 그러나 탄지로는 최대한 무리한 요구를 반영해서 렌고쿠 선생님의 불타는 머리가 연상되는 화려한 케이크를 완성해냈다.
그렇게 모두가 기대하던 5월 10일. 렌고쿠 쿄쥬로의 생일이 되었을 때 동네는 온통 맛있는 빵 냄새로 가득 찼다. 탄지로는 새벽부터 나와 징징거리는 젠이츠와 퉁퉁거리는 이노스케에게 빵을 하나씩 물려놓았다. 맛있는 빵은 효과가 좋아서 셋은 무사히 파티에서 먹을 빵과 케이크를 미리 비워둔 사물함에 숨기는 데에 성공했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 렌고쿠 선생님이 종례를 마치고 이구로 선생님과 교무실에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미술실로 잽싸게 달려갔다. 반 아이들 중에서 반은 미술실에서 선물과 편지, 생일파티 용품들을 옮겨왔고 나머지 반은 교실 책상을 긴 테이블 모양으로 바꿔놓았다. 이노스케는 그 선두에서 잔뜩 뛰어다니며 열 명의 몫을 해냈기 때문에 교실은 금방 그럴듯한 파티장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시간에 렌고쿠 선생님은 친하기로 유명한 이구로 선생님과 화학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구로는 아이들이 렌고쿠 선생님이 교실로 오지 못하게 20분만 붙잡아 달라는 부탁에 '그 녀석은 잡아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라며 거절했지만 울망거리는 눈동자들에 '생일파티 초대장을 받았으니 노력은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종례를 마치고 나오는 렌고쿠에게 할 얘기가 있다며 화학실에 잡아두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그가 10분 넘게 농땡이를 피우는 것을 처음 봐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쿄쥬로, 다 알고 있었구나."
"음?! 무슨 말이지? 하하하하하!!!"
렌고쿠 쿄쥬로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상황파악이 남들보다 빠른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선생님들보다 먼저 알아챘다. 묘하게 들떠있는 반 분위기와 수업이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후다닥 사라져버리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파티를 준비하는 제자들이 기특했다. 그래서 미술실을 지나치며 '더 화려하게!!!' 하는 소리를 듣는다던가 사네미가 방과 후 보충을 자신의 반만 빼놓은 것, 기유가 며칠 전부터 초대장을 체육복 주머니에 넣고 다녀서 초대장이 너덜너덜해져 삐져나온 것을 모른 척했다. 그러나 아침에 반에 들어오자마자 맡게 된 고소한 빵 냄새는 모른 척해주기 힘들만큼 좋았다. 탄지로는 분명히 고구마 케이크를 만들어왔을 거라는 생각에 군침이 넘어갔지만 쿄쥬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 힘차게 출석을 불렀다.
이구로는 성질이 급한 쿄쥬로가 눈치를 채고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아이들 장단에 맞춰주는 것이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아마 교실에 들어가서도 깜짝 놀란 척을 하며 제자들에게 큰 소리로 웃어줄 것이다. 이구로는 이렇게 된 거 애들 마음 편하게 쿄쥬로를 자기가 데려가기로 했다. 이구로는 쿄쥬로를 반으로 데려갈 테니 5분 뒤에 파티를 시작하라고 탄지로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탄지로는 이구로 선생님의 메세지를 받고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5분 뒤에 오신대!"
"와아~!!!"
교실은 책상 가득 올려진 맛있는 빵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교탁에는 탄지로가 정성을 다해 만든 쿄쥬로의 머리카락 색을 꼭 닮은 불꽃 모양의 고구마 케이크가 있었고 그 뒤로 보이는 칠판은 색종이와 롤링페이퍼를 붙여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창가에 달려있고 그사이를 고깔모자를 쓴 학생들과 졸업생들, 동료 선생님들(몇몇은 고깔모자를 왜 써야 하냐며 그냥 들고만 있었지만)들로 채워져 있어 제법 파티 분위기가 났다.
드르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아이들은 힘차게 외쳤다.
"선생님, 생신 축하드려요!"
팡팡소리를 내며 종이폭죽이 요란하게 터지며 주인공을 맞이했다.
쿄쥬로가 앞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본 광경은 꽤 뭉클했다. 여러 가지 빛깔로 빛나는 종이 폭죽이 떨어지는 사이로 자신의 전부라고 여기며 가르쳐온 제자들이 귀여운 고깔모자를 쓰고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전부 아이들이 준비한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교실은 화려하고 다양한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어떻게 와준 것인지 졸업한 미츠리와 교메이, 수험준비가 한창일 시노부의 얼굴도 보였다.
원래는 들어가자마자 '칸신, 칸신!"을 외치며 격려해줄 생각이었는데 쿄쥬로는 어쩐지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은 폭죽을 맞으면서 눈을 크게 뜨고서 입을 천천히 벌리는 쿄쥬로 선생님을 보며 서프라이즈가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한동안 멈춰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놀라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다들 정말 고맙구나."
아이들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약간 잠긴 것을 듣고 울컥했다. 늘 씩씩한 쿄쥬로 선생님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 학생들의 표정이 삐죽거리더니 입가가 허물어졌다.
"흐으…! 선생님 생신 축하드려요!"
쿄쥬로가 깊이 감동받았다는 것을 직감한 탄지로가 쿄쥬로에게 안기는 것을 시작으로, 젠이츠와 이노스케, 졸업생인 미츠리와 교메이까지 쿄쥬로를 꼭 안아주었다. 반 아이들이 모두 선생님을 안아주겠다고 쿄쥬로를 에워싸서 쿄쥬로는 머리만 쏙 튀어나온 채로 행복하게 웃었다.
시원하게 교실을 울리는 그 웃음소리에 다른 선생님들도 미소를 지었다. 기유 선생님도 평소보다 풀어진 표정으로 조용히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댔다.
"음!!! 칸신칸신!!! 그럼 파티를 시작해보자구나!"
쿄쥬로는 아이들의 머리를 힘차게 쓰다듬어주고 꼭 안아준 뒤에 큰소리로 외쳤다. 음악 선생님이 그 소리를 듣고 센스좋게 준비해둔 신나는 노래를 틀자 파티 분위기가 확 살았다. 탄지로는 신이 나서 환하게 웃으며 쿄쥬로를 생일 케이크 앞으로 데려왔다. 다 같이 큰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고 쿄쥬로는 그에 화답하듯이 촛불을 단번에 꺼버렸다. 화려한 케이크가 여러 조각으로 잘리고 아이들이 한 숟가락씩 나눠 가져갔지만 케이크는 여전히 잔뜩 남아있었다. 쿄쥬로는 케이크 단면에 든 고구마 무스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행복한 얼굴로 고구마 케이크를 입안에 가득 넣었다.
"우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