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sa.png
line.png
이름박스.png

백호

@gwamolip5gym

회광반조

line.png

회광반조: 죽기 직전(直前)에 잠깐 기운(氣運)을 돌이킴

 

 

 

그가 온 지 두 달 하고도 수일이 지났다. 살아있음에도 그는 새해를 맞이할 수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든 상태지만 그럼에도 숨은 쉬니까, 모두 거기에 의존했다. 동생 센쥬로는 매일매일 죽어가는 형의 생사 및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기도 하고, 얕은 신음만 새어 나오는 입에다 미음을 흘리기도 했다.

 

하루는 센쥬로가 형의 등에 욕창이 생길까 염려되어 등을 닦으려던 그때, 그의 형 렌고쿠 쿄쥬로가 눈을 뜨고 말았다. 그렇게 그가 처음으로 느낀 건 익숙한 천장과 집 냄새, 울면서 손을 잡는 동생 그리고 아랫배서부터 밀려 나오는 극심한 고통이었다.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열차에 타신 뒤로 두 달이 넘게 흘렀어요. 어서 형님이 드실 수 있게 죽이라도 끓여오겠습니다.”

 

동생이 방을 떠난 뒤, 렌고쿠는 비실거리는 팔 한쪽으로 본인의 현재 상태를 파악했다. 한쪽 눈은 기능을 하지 못해 안대로 메꾸었고 얇아진 뱃가죽은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해줬다. 완벽한 투기를 가진 염주 렌고쿠 쿄쥬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병상에 누워있는 기력을 다한 중환자만이 남아있을 뿐.

 

‘이렇게 살아남아도 가족들에게 폐만 끼치는구나.’

 

동생 센쥬로가 가져온 죽을 한 입 먹어도 위액이 쏟아져나와 아무런 음식도 못 먹으며 남아있는 한쪽 눈도 흐릿해져 가까이에서 보필하던 동생의 이목구비 또한 흐릿하게 보였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몸이 되어버렸다.

 

 

-

 

 

“아.. 역시 지금 염주님 상태로는 찾아뵙기 힘들겠지요.”

“아마도... 지금 형님께서는 앉아 계시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여기까지 찾아와주셨는데.”

 

렌고쿠 저택에는 그날 염주와 같이 열차를 탔던 신입 귀살대원, 속칭 카마보코대들이 찾아왔다. 그들에게 있어 렌고쿠는 모두의 목숨을 구해준 영웅이자 상관이었다. 기차를 탔던 날 쌀쌀했던 겨울바람은 이제 목련이 필 정도로 약해지고 있다. 그만큼, 렌고쿠는 계절이 하나 바뀔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도 얼굴 한번 비추고 가십시오. 형님도 내심 반가워하실 겁니다.”

“그러면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염주님 얼굴만 보고 바로 나가겠습니다.”

 

카마보코대는 그렇게 렌고쿠 저택에 들어섰다. 복도를 하나 지나고 오른쪽으로 꺾으니 렌고쿠의 방이 나왔다. 형님 귀살대원 분들이 형님을 찾아뵈러 왔습니다. 센쥬로는 이 말 한마디를 하고 한번 노크를 한 뒤 방문을 열었다. 평소 같았으면 침상에 누워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렌고쿠는 침상에서 일어나 가볍게 팔 운동을 하며 방문 밖의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구나 소년들!”

 

 

 

-

 

 

“음! 센쥬로 오랜만에 먹으니까 무척이나 맛있구나!”

“형님 무리하지는 마세요.”

“아니다. 허기져서 먹는 거니 신경 쓰지 말거라.”

 

 

렌고쿠는 카마보코대에게 출출하지 않냐며 센쥬로에게 점심을 내어달라 부탁을 했고 그 말에 감격한 센쥬로는 두 가마니 통째로 고구마밥을 지어 가져다 내었다. 오랜만에 온 손님들이라 밥양을 얼마나 조절해야 할지 몰라서 이판사판 양껏 지었더니 다들 만족스러운 듯이 배부르게 먹었다. 특히 죽 하나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렌고쿠는 앉은자리에서 고봉밥 두 그릇을 비워냈다. 식사가 끝난 후 카마보코대는 그간의 근황 및 감사 인사를 전했고 렌고쿠 또한 안부를 물었다.

 

“음! 너희들은 점차 주의 자리까지 오를 인재들이다! 너희같이 어린싹을 지킬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마음을 불태우며 더욱 더더욱 성장하길 바란다. 이상 이야기는 끝이구나!”

 

 

렌고쿠는 방문 앞까지만 카마보코대를 마중했다. 그리고 방문이 닫히고 호기롭게 일어난 다음 마당 쪽으로 걸어갔다. 분명히 그가 떠나기 전 본 마당은 초겨울이라 잔디들이 다 죽어있었는데 지금은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푸른 생명력이 보기 좋았다. 잔디를 구경하며 마당 마루에 앉았다. 목련 나무에는 흰 목련이 꽃봉오리를 맺었다. 가지 위에는 새들이 짹짹거렸으며 바람은 적당히 시원했다. 그리고 햇빛은 따스하게 렌고쿠를 향한다. 그리고 언제나 꼿꼿 했던 허리는 점점 기둥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렇게 렌고쿠는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인가. 총기 가득한 눈빛은 흐리멍텅해진지 오래되었고 조금이나마 생기가 돌던 피부는 색을 잃어간다. 렌고쿠는 차오르는 생명들을 오감으로 느끼며 남아있던 생명의 불꽃을 다하고야 말았다.

 

 

 

-

 

 

센쥬로는 문앞까지 그들을 마중했고 떠나기 전에 탄지로가 센쥬로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 염주님한테 상당히 고되고 지친 냄새가 났어요. 아마 무리해서 저희를 맞이하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완쾌하실 즈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센쥬로도 어느 정도 형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몇 달 만에 보는 활발한 모습의 형이었고 그게 너무 행복했다. 그와 동시에 활발하지 않아도 좋으니 오래오래 형님을 뵙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있었다. 센쥬로는 조심스레 렌고쿠의 방문을 노크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형님이 주무시나 싶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당에 앉아 기둥에 기대어 앉아있는 렌고쿠의 모습을 본다. 눈을 감은 채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이는 그 모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방문을 조용히 닫는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오늘 저녁은 형님이 좋아하는 고구마 된장국을 끓여야지.

날밑-흰박스2.png
home 1.png
sa.png
sa.png
sa.png
line.png
날밑-흰 박스.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