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
불과 검의 길을 밝힌 죄로
연옥에 떨어진 사람이 있다
* * *
귀살대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져 오는 금기가 있었다. 동료가 종이에다 무엇을 쓸 때 그것을 숨기려 들면 그 이상 캐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종이에 적혀가는 글은 필시 유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유서를 쓰는 모습이 몇 번 발각된 대원은 얼마 안 가 죽음을 맞이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서로 돌려가며 읽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죽은 이의 마음은 잔인하지만 이렇게 계승된다.
쿄쥬로는 이상하지만 열차에 타던 날 문득 등을 돌리고 종이에 무언가를 반듯하게 써내려가는 옛 동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열차에 탄 사람들이 죄 이제는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과거로부터 불러들여와진 이들 같았다. 다시 말해서, 이 열차를 타면 죽는다. 어렴풋이 느꼈다. 이 열차에 올라서 내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그는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열차 밖이 아니라 안이 도피처였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가 열차의 밖으로 나가면 열차로 인해 죽는 그의 동료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라진 검사들 중에는 쿄쥬로가 아는 얼굴도 필시 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사라질 사람들만이 있는 열차 안으로 들어가기를 결단했다. 예상이 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이 두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도망쳐서라도 해야 하는 일들 그리고 그로 인해 다시금 태어날 수 있을 사람들에 대한 기대,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에 대한 부응.
* * *
어머니는 항상 약한 자를 도우라고 말씀하셨다. 작금의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협잡꾼들이 세상에 너무나도 많답니다. 서늘하고 따스한 음성이었다. 쿄쥬로는 강한 아이니까 그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전복되는 열차 안에서 그리 생각했다. 어머니의 말씀이 백번 옳다 설령 옳지 않아도 옳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할 것이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한데 뒤엉킨 모습을 보고 그는 생각했다. 검을 휘두르는 것만 해도 좁은 공간 안에서 어디론가 도착하고자 했던 이들을 살리는 것 만큼이나 값진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설령 그 끝이 그가 예상했던대로 죽음일지라도 그의 결심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터였다.
* * *
……
누구나가 그렇게 할 것이다
사실 장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배 아래로 타는 듯한 것이 쏟아져 내렸다. 생명이었다. 그는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쿄쥬로는 언젠가, 자신이 죽은 것도 잊혀질 때 쯤의 세상이 온다면, 그의 죽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더 숭고한 여러의 희생이 있고 깨달은 이들이 있고 그들이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아마 누구나가 사람을 위해서 사랑을 하고 그 마음을 아껴 주는 일만이 천지에 남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가 죽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어쩌면 벌이었다. 아직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인간이 있기에는 각박한 시기였으니 말이었다. 아직은 도처에 너무나 많은 위험이 있고 그것을 감수해야 했으니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영원히, 정말 영원히, 아주 억겁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마음이 전해질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필시 올 일을 대비하여 몸을 저승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슬픈 일이었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제 자신도 한 때 써내려가다 그만 둔 유서를 생각했다. 남겨진 사람이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리고 죽을 때의 마음을, 죽지 않았던 자신이 남긴 편지로 전달하는 것 역시 원치 않았다. 누군가가 그의 마지막을 봐 주었으면 그리고 그것으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하였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끝마무리를 지어 두고 나왔어야 했던 걸까, 하는 후회가 잠시 있었지만 그의 곁에 있는 동료들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었기에…… 말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으리라고 여겨졌다. 후회를 접어 높은 곳으로 날렸다. 이제 할 말마저 동이 났다. 그는 영면에 드는 자신을 받치는 따스한 손길을 느낀다. 잘 해주었다는 저승의 소리를 듣는다.
안녕, 안녕……
그리고 다시금 만날 때에는 불멸의 마음으로 만나자
울지 않는 모습으로
다시금 사람의 모습으로
그것마저 언젠가 소모되어도 좋다……
검도 불도 없어진 그의 몸이 차갑게 식어갔다. 그가 떠나간 자리는 이글거리며 타오르던 피가 둥근 원을 그리며 울고 있었다. 인간의 길을 밝힌 죄의 값은 아주 컸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나 지은 죄가 크건 이것은 사랑하여 불타는 마음으로부터 온 것이다. 이 마음은 연옥에 떨어져도 불멸, 아무리 얼려도 그치지 않는 불, 그리고 녹지 않는 눈. 그리하여 다시 불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