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쿄쥬로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강자는 약자를 돕기위해 강하게 태어난 것이니, 약자를 지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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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내게 웃어주시고 어머니 또한 아직 살아계셨을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매 순간이 행복에 잠식된 것 같았고, 이게 언제까지고 지속 될거라 믿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 안일했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가정에 무심해지셨을 때에서야 깨달았다. 일상이 무너졌고, 이 끝 없는 우울감과 무기력함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나에겐 하나뿐인, 어머니의 품을, 아버지의 다정함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동생이 있었기에 무너지면 안 되었다. 나 마저도 무너지면 그건 동생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고 또 버텼다. 그저 버티다 보니 아버지의 뒤를 이어 주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을 구했다. 그렇게 힘들고도 보람찬 나날을 보냈고, 참으로도 많은 걸 얻었으며, 또 많은 걸 잃었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면, 그게 소중한 것이었다면 더욱, 이겨내기가, 견뎌내기가 힘에 부쳤다. 상실에는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잃을 때 마다 어머니를 잃고 나서야 처음으로 느꼈던 상실감과 부재를 되새김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게 옳은 일임을 알면서도,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책무이자 의무임을 알았음에도,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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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열차를 타곤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정황을 알아보고, 혈귀를 처단하라는 명을 받고 열차에 탑승했다. 처음까지만 해도 고작 하현 혈귀의 짓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혼자가 아니였다. 아직 계급은 낮을지 언정 전에 상현, 심지어는 무잔과도 마주쳤던 대원 셋도 합류했었다. 그렇기에 언제나처럼 해가 뜰 때쯤 집에 들어가 밤새 저를 기다린 아직 작고, 여린 센쥬로와 웃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거라 생각했다. 전에도 이런 안일하고도 이상적인 꿈을 꾸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일상이 무너졌던건 기억조차 하지 못한채로.
임무가 끝났고 위중한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게 괜찮았다. 맡은 바를 해냈고 열차에 탑승한 목적을 달성했으니 제 할 일은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상현이 나타났다. 상현은 카마도 소년을 노렸고, 부상을 입지 않은, 주는 나 혼자였다. 상황파악을 하는데에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해가 뜰 때까지 상현이 다른 이에게 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막고, 이 곳에서 나는 죽어야 한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죽어야 한다는 걸 인식 하자마자, 당장 몇 분 전까지 임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생각을 했던게 무색하리만큼 몸은 이미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금껏 짊어져왔다 생각했던 짐이, 짐이 아니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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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상현과의 전투는 진작 예상했던 대로 나의 죽음으로 끝이 날 것이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렸다는 것에 안도했고, 그동안 짊어져온 짐을 내려놓는다는 생각에 후련한 감정마저 들었다.
그래도 어머니가 내게 남겨준 책무를 끝마쳤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리고, 집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의 유일한, 그렇기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으리 만큼 소중한, 가족에게 전하고싶다.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고, 비록 무뎌지지 않을 상실일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겨내길 바란다고. 너무 아파하지 않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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